다이어트 중간 점검 #Work_out

#다이어트 109일
#-9.7kg


일단 반을 넘어 2/3정도 왔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성공해 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가능할 것 같다.

체력을 갖춰놓는다는 게 중요한 거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예전에 살을 뺄 때는 운동이라는 걸 하나도 못하는 상태라서 좀 더 어렵지 않았을까. 그때는 이십대고, 지금은 삼십대라는 차이가 있지만 살 빼는 데 있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살은 쪘어도 운동은 놓지 않아서 체력이 그대로이거나 더 좋은 상태라서 더 그럴까.

최근 유행하는 저탄고지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그 식단을 나는 평생 유지할 자신이 없고, 그렇다면 빼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첫 다이어트로 십오킬로를 감량하고 오 년 유지했지만, 많이 먹으니 그냥 쪘다. 다이어트는 평생 봐야 한다. 유지 식단이 더 간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도껏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저탄고지의 효능을 떠나 나는 그걸 평생은 커녕 한달 할 자신도 없다. 그냥 고기만 먹어도 되는 게 아니고 따져야할 것도 많고, 결정적으로 쌈 채소를 양껏 못 먹는다는 점이 내게는 컸다. 게다가 내 사랑 커피에 절대로 버터를 넣고 싶지 않았다. 느끼한 걸 원체 잘 못 먹기 때문에 나와는 더더욱 안 맞았을까.

예전에는 약간 강박적으로 시간까지 나눠서 6끼를 먹었다. 아침, 아점, 점심, 점저, 저녁. 그런데 연구 결과를 보면 나눠 먹으나 그걸 몰아 먹으나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 있어서 (하지만 하루에 한끼만 몰아 먹는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냥 아침 거르고 두끼만 먹기로 했다. 아침을 먹는 게 신진대사 면에서 훨씬 좋다는 건 아는데, 나는 아침에 소화를 못 하는 사람이다. 아침에 뭘 거하게 먹으면 팔십프로의 확률로 체하기 때문에, 그냥 넘기기로. 아침을 안 먹으면 배고파서 뭘 더 먹게 되면 문제겠지만, 아침을 안 먹으니 체하지도 않고 나한테는 딱 맞아서 앞으로도 안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하루에 남은 두끼는 밥 양을 줄여 일반식을 먹었다. 신경쓴다면 채소를 좀 챙겨먹고, 단백질 양이 모자르면 공복에 삶은 계란을 더 먹어주는 정도. 가끔 귀찮으면 미역국에 닭가슴살을 넣어 먹었다. 초반에는 닭가슴살을 직접 염지해서 닭가슴살 볶음밥을 먹었는데, 어마어마한 폭염이 오는 바람에 요리를 더 이상 못하겠더라. 이 날씨에 불 앞에서 미친 짓을 하고 싶지 않아서, 대충 일반식에 맞춰 먹었는데 살이 빠졌다. 한 달 정도 추이를 봤는데 별 차이를 못 느끼겠어서 이대로 진행 중이다. 아, 참고로 나트륨도 조절 안 한다. 물론 나트륨을 지나치게 먹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사진 찍을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당장 비키니를 입고 싶다거나 정말로 바디프로필을 찍는다면야 나트륨을 조절해야겠지만, 그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한 끼는 곤약면을 먹었다. 요새 실곤약이 참 잘 나오더라. 식초를 넣고 데치면 잡내도 하나도 안 나고 좋았다. 거기아 시판 냉면 육수 얼린 걸 넣고, 열무김치 넣고, 삶은 계란 두개 넣고, 새싹채소 좀 넣고, 콩나물이나 양배추 썬 것 넣고, 참기름 살짝 뿌리고, 마지막으로 깨까지 뿌려주면 맛이 퍽 좋다. 그러다 질리면 쫄면도 해 먹고, 소스 살 찐다지만 실곤약이 20칼로리라 뭐 이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이다. 약속이 몰리는 주에는 곤약면을 자주 먹었다. 그리고 운동 좀 빡세게 하고. 다이어터 주제에 일주일에 두번은 항상 술을 마시고 먹고 싶은 것도 먹었는데, 살이 빠졌다. 안 먹으면 훨씬 빨리 빠졌겠지만 그러면 내 멘탈도 터졌을 것 같다. 나는 단 것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지만 맥주는 참을 수가 없어서, 마셔야만 했다. 이렇게 합리화한다. 그래도! 술을 끊을 수는 없었다.

대신 간식은 일절 안 먹었다. 먹어도 이삼일에 초콜릿 쿠키 아주 작은 것 한개 정도? 친구들 만나면 과자 한 봉지씩 먹기도 했다. 그런데 집에서는 안 먹었다. 워낙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서 커피만 자주 내려 마셨다. 아...솔직히 유혹에 져서 맥주 한 캔씩 딴 적이 있다. 못 견딜 거 같으면 맥스봉 하나 사서 먹었다. 사실 첫 달이 위장 줄이느라 힘들었지 그 뒤부터는 어렵지 않았다. 일단 못 먹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되는 것 같다. 다이어트할 때 괜히 금지음식 같은 걸 정해두면, 그게 먹고 싶어서 미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에 코끼리 생각밖에 안 나는 것처럼.

다이어터 맞아 싶게 불량하게 먹기도 했지만, 탄단지 비율은 왠만하면 지켰다. 짜게 먹었나 싶으면 배출되라고 칼륨이 많은 음식(오이, 상추, 배추 같은)을 신경 써서 먹고, 이번에 근력 운동이 좀 빡세서 지쳤다 싶으면 양질의 붉은 고기를 먹고, 식단에서 못 챙길 것 같은 경우에는 영양제(비타민 디, 칼슘, 오메가3)를 먹었다. 그랬더니 확실히 허기가 덜하다. 어디서 본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면 몸에서 가짜 허기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있나? 그것만 체크해도 다이어트를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칼로리 체크는 안 해서(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먹는 날은 1500~2000정도, 평소에는 1200정도 먹는 것 같다.

뺀 살 9.7kg 중에, 체지방으로 9.2kg 빼고, 근육량은 0.5정도 밖에 줄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금 하는 식단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뜻이니 지켜보고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한달에 오륙키로씩 팍팍 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한달에 삼키로씩 꾸준히 빼니까 이제 십키로 문턱까지 왔다. 이대로 두어달 더 빼면 목표 체중에 도달할 것 같다. 예전에 다이어트할 때 2주마다 쟀던 인바디 기록을 들춰봤더니 그랬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놀랍도록 빠지는 추이가 비슷해서, 사람 몸이라는 게 그렇게 바뀌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나는 사실 좀 특이한 체질인데, 중간에 정체기랄 건 없고 오히려 초반 한달 동안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다. 한달만 버티면 꾸준히 조금씩 조금씩 내려간다. 그 사실을 몰랐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기록을 잘 모아놔야지.

두 달만 더 고생해서 가을에는 입고 싶은 옷 마음껏 입어야지. 얼마 안 남았다.
살 다 빼면 서핑이나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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